지퍼를 목 위까지 올린 운동복 차림, 주머니에 찔러 넣은 양손, 한껏 움츠린 어깨. 화장도 하지 않은 민낯. 누구든 이런 저자의 모습을 보면, 그녀를 학생이나 백수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래 봬도 전문직! 치과기공사다.
낯설게 느껴질지 몰라도, 사실 우리 삶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직업, 치과기공사. 치과기공사는 치아보철물 또는 교정장치 등을 제작하거나 수리, 가공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치과기공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지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그건 아마도, 치과기공사들은 간판도 없는 기공소에서, 외부인과는 어떠한 접촉 없이 일하기 때문일 것이다.
〈명함도 없이 일합니다〉에는 저자가 치과기공사로 살아가며 겪은 ‘웃픈’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저자의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내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냉혹한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