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모임 일시 : 2024.1. 23. (화) 13:0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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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브흐밀 흐라발 2016
고독한데 시끄러운 것은 어떤 것 일까? 무척 궁금하게 하는 책이다.
마치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밀주를 만들어 부자가 된 '개츠비가 왜 위대한지'를 고민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 흐라발은 이 책을 통해 체코의 전체주의와 공산주의 사회에서 책을 폐지처럼 버리는 통제된 사회를 고발한다. 그래서 이 책은 1977년에 지하 출판으로 유통이 되었고 12년이 지난 1989년이 되어서 체코에서 출판이 되었다고 한다.
주인공 한탸는 삼십오 년째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삼십오 년 동안 책과 폐지를 3톤을 압축했으며 백과사전들과 흡사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그가 쌓은 지식은 맑은 샘물과 고인 물이 가득한 항아리여서 조금만 몸을 기울여도 근사한 생각의 물줄기가 흘러나온다.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 그는 이제 어느 것이 그의 생각이고 어느 것이 책에서 읽은 건지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근사한 문장을 통째로 쪼아 사탕처럼 빨아 먹고, 작은 잔에 든 리큐어처럼 홀짝대며 음미한다. 한탸처럼 책 일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쥐들과 파리떼로 더러운 지하실에서 일을 하지 않는다고 욕설을 하는 소장의 잔소리에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사람이다. 독서는 그를 고독함에서 그의 소외된 노동으로부터 구해주고 취기 속에서 떠오른 작가나 철학자의 형상은 그의 동반자가 된다. 바깥 세상은 전쟁과 폭력으로 만연해 있지만 한탸는 책 속의 단어와 문장의 아름다움에 끌려 야만적인 사회에서 삶과 맞선다. 그러나 오 년 만 더 일하고 압축기와 은퇴하려는 소박한 한탸의 꿈은 새로운 압축기계의 등장으로 부서진다. 현대화 된 작업 방식은 컨베이어 벨트로 쏟아지는 책을 순식간에 압축하고, 한탸를 대신해 빠르게 더 많은 일을 한다. 마치 AI가 인간을 대신해 일하고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더럽고 지친 늙은 일꾼이 일감에 매달려 혼신을 다하는 시절은 완전히 끝나고 만 것이다. 실수로 버려진 책들과 사소한 기쁨도 끝이며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 늙은 압축공이 누렸던 좋은 시절도 끝났다. 삼십오 년 동안 압축기에 종이를 넣어 짓눌렀고 이것이 폐지를 처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어 왔는데 세상은 변화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