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만하고, 편안하고 무엇보다 더 나은 삶을 지향하기 위해 감정을 살피는 행위를 하게 된다. 이를 유승민 작가는 '눈치'로 정하며 인간이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가지는 마음과 자라나며 타인과 주고받는 문화와 관계, 그 과정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언어까지 다양한 분야를 소개하고 있다. 곁눈질로 여기며 상대의 안색을 살피는 행위를 안 좋게 생각하여 주눅이나 위축으로 표현하지만, 안위를 살핀다는 너그러운 이해와 섬세한 언어의 운용이 필요하다.
'눈치를 본다'라는 건 주눅이 들고, 을의 입장이 되고, 할 말 못 하는 상황에 놓인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지만, 동시에 우리가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채는 기가 막힌 능력을 지녔다는 걸 의미한다고 유승민 작가는 말한다. 눈치는 타고나는 게 있고, 배워서 알게 되는 게 있는 듯하다. 눈치가 없어 안타까울 때를 몇 번 마주하다 보면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보는 눈이 생기니 말이다.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생물학적 진화 수단인 만큼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에 이보다 더 빠른 길은 없을 것이다.
눈치껏 대응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눈치는 개인의 초점에 맞추어져 있어 언뜻 무질서해 보이는 광경 속에서도 눈치로 만들어진 질서는 존재하기에 눈앞 광경의 맥락이 한순간에 간파되는 일이 쉽다. 쉴 새 없이 누군가의 눈동자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눈치껏 모든 게 유동적으로 돌아가며 이는 한국인이 일 잘하는 비결로 이 책의 핵심인 것 같다.
사회생활의 경험치가 적은 사람은 수많은 눈치를 발동시킨다. 곳곳에 숨은 시그널을 알아차리는 일이 쉽지 않다. 공감하다가도 역으로 공격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마지막 파트인 삶을 돌보는 감정 문해력에서는 이에 따른 여러 가지 대비책이 나와 있다.
더 이상 '눈치'는 소심한 행동이 아니다. 침묵이 품은 친절이 언어로 나오기까지 공들이는 배려의 시간임을 '감정 문해력 수업'을 통해 알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