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0월 02일 수요일 오후 2시~5시
*장소: 토론실 1번 방
*인원: 5명
*형식: 낭독 및 아주 짧은 토론
*책명: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p35~140까지
"장작을 너무 붙이면 안 타. 너무 떼어 놔도 안 타고. 약간 떨어져 있는 게•••••• 봐, 이게 가장 잘 타는 간격이야."
나는 잠자코 불을 보고 있었다. 장작과 장작 사이에 약간의 틈을 주고 늘어놓으면 그 틈새로 신나게 불길이 솟구친다. 사이를 떼어 놓으면 그 순간 불길이 약해지고 빨갛던 장작이 하얀 연기를 내면서 까매진다. 장작을 가까이 갖다 붙이면 다시 불꽃이 일어난다. 불꽃은 장작과 장작 사이에서 태어나는 덧없는 생물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변은 불타는 장작 소리만 이따금 튈 뿐, 빗소리도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p41
태풍과 비바람 속에서 여름 별장은 정전이 된다. 자가 발전기를 가동하고 레코드를 틀고 저녁을 먹은 후 난로에 불을 지피면서 선생님(무라이 슌스케)이 한 말이다. '잘 타는 불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국립현대도서관 설계 경합에 참가하게 됐고 무라이 설계사무소 멤버들은 여름 별장에서 이 프로젝트를 위한 플랜에 집중하고 있다.
선생님은 중얼거리듯이 얘기하기 시작했다 "도서관 같은 공공 건축물은 이용자가 직접 부탁하는 일이 없어. 거기에는 반드시 공무원이 있고 예산이 있지 위원회 멤버들도 당연히 여러 가지 생각이 있겠지. 그렇지만 공공 건축이라는 것은 이용하는 사람을 위해서 만드는 것이니까 나라의 위신을 건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아. 하물며 공무원의 인맥이나 공로의 집대성이라는 이야기는 농담도 되지 않아. 국민이 낸 세금으로 만드니까 이 시설은 그럴싸하지만 전혀 쓸모가 없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되지. 또 하나 건축가란 말이야, 역시 후대까지 기억되는 건축물을 만들지 않으면 주어진 역할을 다한 것이 못 돼. 그것은 관공서 시설관리과든 종합건설사든 똑같아. 전화국이든 우체국이든, 저절로 감탄이 나오는 건축물이 있어. 건축가가 누군지 모르는 건축물이지만 안에 들어갔을 때 방문한 사람이 편안함을 느끼고, 언제 누가 어떤 생각으로 이것을 설계했는가 상상하게 된다면 정말 멋지지 않겠나? 국립현대미술관을 어디에서 수주하게 될지 모르지만, 실현하지 못하더라도 플랜은 남겠지 낙찰 받지 못하더라도 젊은 건축가들이 이쪽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할 만한 것으로 만들고 싶네. 건축가가 죽은 뒤에 완성되는 건물도 있으니까 말이지." p140
여수 시는 현재 시립박물관을 건립 중이고 시립미술관 공사를 앞두고 있다. 비록 소설 속 인물의 건축 마인드지만 바로 우리 시의 현실 이야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