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24년 8월 9일(금) 20:00~21:45 # 참석인원 : 5명(109명)
# 주제도서명 : 그라시재라(처음~p85) # 저자 : 조정
# 내용 : 이파리에 돋은 맥은/여름이 숨긴 지도다//푸른 것들은 떨어질 일을 염두에 두지 않으니/어쩌면 좋을까//어떤 여름은/영혼 속을 지나간다//박연준,'여름의 구심력'중에서
조정 시인이 열 살 무렵 기억을 되살려 쓴, 60년대 고향 전남 영암에서 친할머니와 주변 할머니들이 주고 받은 6.25전쟁과 양민학살 등의 여성이야기를 서남(=호남=전라도) 방언으로 쓴 서사시이다. 방언이 가진 풍부한 느낌을 되새겨보는 기회다.
시인의 말,그 옛날 마실꾼 할머니들께 이 시집을 바친다.
1부 나무칼로 귀를 비어가도 모르게/달 같은 할머니-달 같이 이뻐요 참말로요/분통 같은 방에 새각시-밴밴차난 메느리가 애기 슨갑소 자꼬 생각난닥 안 하요/자식은 맘대로 못해-엥가니 내젓고 살드만 지 자석한테 용코로 걸려 부렀어/진눈깨비 부고-그 엽엽헌 사람 으째야 쓰끄나아/하늘이 굽어볼 것 아닌가-같이 사는 한은 지가 보듬고 살아볼랑만요/오진 꼴-꼬꼬닭 헐 때 그 닭자를 알아부렀네야/누가 더 박복한고-일이 되고 속이 상코 그래도 나는 사는 것이 좋네/형님 아들은 냅둬야 좋을 애기요-펜허게 놔두먼 어쩌께라//2부 식칼 한나 보재기 한나 쥐고/세상이 딱 끝나 버리면 좋겠네-그 겁도 만한 자석이 내 손을 잡고 엄니 엄니 나 좀 살려주소/엄니,탕 소리나면 뒤 좀 돌아봐주소-그라고도 내가 이 목구녀게 밥 밀어 넣고 사요/지하실이 필요해-사람 일 모릉께/울 애기 누가 데리고 있을까-어매가 들쳐 업은 것을 사나그들이 뺏어 내부렀을 테제/베수건 한 장-내 동상들 인자 으디 가서 볼꼬/정월 까마귀-까옥까옥 걸어 보리 비어 왔네/무명실 타래 같은 내 청춘-워메워메 진솔 미영실 겉은 이내 청춘 어디로 가부렀으꼬/산 사람은 살아야지-아먼 잘 살아사재 죽어불먼 어따도저짜도 못한디/저것이 무슨 선생이야-이 새끼 저 새끼 허던 사람이 선생님이라고 항께 놀랬재//3부 다 팔자 때암이재라/샘가에서 웃던 춘아-물가세 애기 세와둔 것 한 가지란 말이요/나쁜 남자-어느 한날 미간에 구름 걷힌 적이 없는 사람이재/철선에서 내릴 때 손목 잡고-오메 여럽등거 그람서 배시시 웃은디 짠해 죽겄습디다/붙들 틈도 없이-이부지 목 맸소 허고 악을 쓰드랑께/새야 새야 파랑새야-머시든지 가락이 척척 맞어서 어우러져사 신바람도 나고 존 시상도 올테재/@@읽기 시작하자마자 익숙한듯 낯설면서도 정겨운 방언으로 인해 웃음을 멈출수가 없었다. 글로 읽는 어색한 사투리를 억지로 띠엄띠엄 읽으면서도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하는지 막막했던 초반이 지나고 어느새 피 속에 있는 전라도 혈맥이 제자리를 찾아 찰떡같이 넘어간다. 실제 억양의 진짜 사투리로 듣고 싶다는 생각과 글귀 마디마디 깃든 한과 설움에 읽는 이는 울먹이고 듣는 이도 상황에 쉽게 몰입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