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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스] 2024. 07. 17(수) 모임 일지

작성자
이*자
작성일
2024.07.18.
조회수
1,063
첨부파일
*일시: 7월 17일 수요일 오후 2시~5시
*장소: 토론실 1번 방
*인원: 6명
*형식: 낭독 및 아주 짧은 토론
*책명: 패트릭 브링리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1장.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는 사람
2장. 완벽한 고요가 건네는 위로
3장. 위대한 그림은 거대한 바위처럼 보일 때가 있다
4장, 사치스러운 초연함으로
5장. 입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는 드문 순간

2023년 11월 출간 후 베스트셀러가 된 도서다. 가장 경이로운 세계로 숨어버린 한 남자 패트릭 브링리의 에세이다. 패트릭은 사랑하는 형의 죽음으로 깊은 무기력증과 상실감을 느낀다. 생의 의욕을 잃고 몸담았던 잡지사 뉴요커를 그만두고는 홀연히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취업한다. 10년 동안 미술관에서 일하며 만났던 사람들과 예술작품을 통해서 상실과 아픔을 치유하고 그 과정을 글로 옮긴 지적인 회고다.
'아침은 늘 쥐 죽은 듯 고요하다. 더욱이 미술관 문을 열기까지 30분 정도 남겨두고
근무 자리에 도착하는 날이면 말을 걸어 속세로 끌어내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나와 렘브란트, 나와 보티첼리, 나와 실제로 거의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이라 믿어질 만큼 강렬한 환영들뿐이다.' p37
전시 공간에서 근무하는 나는 패트릭의 이런 기분을 안다. 전시실에서 내가 매일 느끼는 기분이니까. 지금은 나와 앙리 마티스……. 패트릭은 예술작품이 주는 최고의 가치를 경험하고 누렸으며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한다. 그런 면에서 그는 예술이 추구하는 진정한 감상자이다. 형과 가족, 동료들과의 이야기, 주로 그림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권두부터 이런 느낌이라면 완독 후에 세계 3대 미술관에 드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야무지게 접수할 것 같다. 눈누난나 독서는 즐거워…….

1장부터 5장까지 챕터마다 시선을 사로잡은 그림과 글 중에서 주옥같은 부분들이다.

'내가 느낀 감상을 말로는 분출할 수가 없었다. 사실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었다. 그림의 아름다움은 언어적인 것이 아니라 물감과도 같이 과묵하고 직접적이며 물체적이어서 생각으로 번역한 것조차 거부하는 듯했다. 그래서 그림에 대한 나의 반응은 새 한 마리가 가슴 속에 퍼덕이듯 내 안에 갇혀 있었다.' p30

'그림을 보다가 페이메이르가 포착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나는 깜짝 놀랐다. 가끔 친숙한 환경 그 자체에 장대함과 성스러움이 깃들어 있다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그가 바로 그 느낌을 정확히 포착한 것이었다. 그것은 나의 형 톰의 병실에서 끊임없이 들었던 느낌이었고 쥐 죽은 듯 고요한 메트의 아침이면 떠올리게 되는 바로 그 느낌이기도 했다.' p41

그 그림이 어머니 안의 사랑을 깨워서 위안과 고통 둘 다를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경배를 할 때 아름다움을 이해한다. '통곡'을 할 때 '삶은 고통이다'라는 오래된 격언에 담긴 지혜의 의미를 깨닫는다. 위대한 그림은 거대한 바위처럼 보일 때가 있다.' p67

'세상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꾸역꾸역 긁고, 밀치고 매달려야 하는 종류의 일은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누군가를 잃었다.'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세상을 빠져나가 온종일 오로지 아름답기만 한 세상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속임수가 과연 가능한 것일까?' p69

'해가 뜨고, 지고, 또 뜬다. 나일강은 범람하고, 물러났다가, 또다시 범람한다. 별들은 한자리에 선 관찰자의 주위를 절대적인 규칙에 따라 회전하면 거대한 시간의 바퀴 또한 망자들을 처분하고, 새로 태어난 이들이 성숙과 숙성을 겪게 해 죽음으로 안내한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흐르지만 실제로 변하는 것은 없다.' p88

'모네의 그림은 우리가 이해하는 모든 것의 입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는 드문 순간들 중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산들바람이 중요해지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중요해진다. 아이가 옹알거리는 소리가 중요해지고, 그렇게 그 순간의 완전함, 심지어는 거룩함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그런 경험을 할 때면 가슴에 가냘프지만 확실한 떨림을 느낀다. 이와 비슷한 느낌이 모네가 붓을 집어 드는 영감이 되었으리라 상상한다. 그리고 지금 이 그림을 통해 모네가 느꼈을 전율이 내게 전해져온다.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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