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모임 일시 : 2024.5. 23. (목) 13:00~15:00
ㅇ 참가 인원 : 5명
ㅇ 누적 인원 : 214명
좋은 시 읽기-<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이문재
이번 주는 이사에 관한 시들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랫동안 살았던 집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커다란 익스프레스트럭에 실려가는 이삿짐들에는 우리의 삶의 역사가 다 들어있다. 이문재 시인이 의 시에서도 '트럭에 실려가는 이삿짐을 보면 그 가족사가 다보여 민망하다' 고 했다. 소금만 담아 두었던 작은 항아리, 볼품없는 화분, 버리고 싶지만 웬지 또 쓸 것 같은 낡은 우산까지 실고 트럭은 떠난다. 좋은 아파트로 넓은 평수로 이사를 가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보다 더 작은 집으로 살림을 주려 가는 것도 흔하다. 조금씩 살림을 불려가며 소박한 꿈이 실려있는 이사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다.
+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햇볕에 드러나면 짜안해지는 것들이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햇살이 닿으면 왠지 슬퍼진다
실내에 있어야 할 것들이 나와서 그렇다
트럭 실려 가는 이삿짐을 보면 그 가족사가 다 보여 민망하다
그 이삿짐에 경대라고 실려 있고, 거기에 맑은 하늘이라도 비칠라치면
세상이 죄다 언짢아 뵌다 다 상스러워 보인다
20대 초반 어느 해 2월의 일기를 햇빛 속에서 읽어보라
나는 누구에게 속은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진다
나는 평생을 2월 아니면 11월에만 살았던 것 같아지는 것이
(이문재·시인,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