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4. 7. 5. 금. 20:00~21:45
*참석 인원 : 3명(95명)
*도서명 : 거시기 머시기(p160~p191)
*저자 : 이어령
* 내용 : 오늘날은 평등한 시대, 성차, 연령차가 없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개성을 갖고 내가 나의 삶을 산다는 것은 상당히 힘들어졌다. 내가(작가 이어령) 느꼈던 젊은 시절의 긍지가 과연 여러분에게도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 본다. 140자 트위터 시대에 140자로 많은 사람과 한꺼번에 교감하는 것은 굉장히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평균화된 사회 속에서 나의 개성을 찾고 나의 창조적 상상력을 찾는 것이 참 힘들어졌다. 주커버그는 스물아홉 살에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나는(작가 이어령) 스물아홉 살에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썼다. 7개국에서 번역, 출간했고, 최근에는 러시아 말로도 번역되었다. 스물아홉 살에 우리 조상의 슬픔과 아픔을 보고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썼던 내가 페이스북을 만든 주커버그보다 못한 삶을 살았다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분도 그렇게 살기를 바란다. 특히 한국말을 쓰는 우리는 영어, 프랑스어, 독어 등 많은 외국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한국말 속에 있는 많은 가능성과 그 속에 축적된 정신적 화석을 깨달으면 된다. 언어는 숫자가 아니다. 언어 체계에서는 여러분이 창조적 상상력을 가짐으로써 똑같은 대답이 아닌 새로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다는 'virtual reality' 세계 속에서 만들어진 언어의 공간에서도 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력에 구속받은 자연계에서 벗어난, 언어라고 하는 또 하나의 세계가 우리에겐 있었다. 그 세계에는 인간의 창조적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절대 변화가 불가능한 자연법칙이 아닌,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언어의 세계 속에서 나의 삶을 설계할 수 있다.
말 한마디가 역사를 바꾸었다고 하는데 그 배경을 충분히 알아야 한다. 프랑스 혁명을 야기한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말 한마디 "Qu 'ils mangent de la brioche."를 영어로 해석하면 "Let them eat cake."다. "빵이 없으면 브리오슈 먹으면 되지."라는 의미다. 이 말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말이 아니라 프랑스 혁명에 불을 붙인 장 자크 루소가 <고독한 산책자의 고백>에서 정말 싸가지 없는 귀부인이 이런 말을 했다고 썼던 것이다. 그리고 당시 프랑스는 빵은 정부의 통제를 받았지만 브리오슈는 통제를 받지 않아 자유 판매가 가능했다. 말이라고 하는 것은 이렇게 사람을 선동할 수도 있고 소동울 잠재울 수도 있다. 링컨이 한 유명한 말 "of the people, for the people, by the people"도 <성경>을 자기 말로 번역하는 것이 금지된 시대에 위클리프라는 사람이 영어로 <성경>을 번역해서 교회에 저항했는데 그가 쓴 말을 링컨이 인용한 것이다. 지식인들은 선동의 언어인지, 정의의 언어인지, 창조의 언어인지 언어를 잘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