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모임 일시 : 2024.1. 9. (화) 13:00~15:00
ㅇ 참가 인원 : 4명
ㅇ 누적 인원 : 140명
<어느 쓸쓸한 그림 이야기-경계의 화가들을 찾아서> 안민영-빨간 소금(2023년)
그림이 우리에게 주는 느낌이 쓸쓸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응노 화가의 자화상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수묵화로 그린 삼각 김밥 모양의 자화상은 조금 낯설지만 "1968.12 추위에 떨던 자화상 고암"이라고 적혀 있다.
삼각형을 보면 먹물이 번져 외곽선이 흔들리는 것으로 처리되었는데 이것은 무릎을 잡고 웅크리고 있는 한 사람이 떨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그가 왜 이런 모습의 자화상을 그렸는지 무척 궁금해졌다.
작가 안민영은 역사 교사의 눈으로 100여년 전의 한국 근현대 미술가의 흔적을 찾아 중국, 러시아, 일본, 동.유럽등의 나라들의 자료를 모아 식민지 시대의 미술가들의 삶을 재조명하였다. 일제 강점기를 대표하는 미술가의 이야기는 해방이나 한국전쟁 이전까지 기록만 있어 북으로 간 많은 미술가들의 자료는 많지 않다고 한다. 남한에서 태어나 활동하다가 해방 무렵이나 한국전쟁 때 북으로 가서 예술 활동을 하였지만 그들의 작품을 연구하거나 이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 조차 금기시되었기 때문이다.
월북화가인 이쾌대는 1913년 출생으로 휘문고등보통학교 재학 시절에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하여 미술계에 등단했다.
<조선 미술전람회>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개최한 미술 작품 공모전으로 그 시기의 화가들의 등용문으로, 한국 현대 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작가들인 이쾌대, 임군홍, 이응로, 김기창, 박수근, 천경자, 이인성 등이 이 대회 출신이다.
이들 중 몇몇 화가들은 이쾌대 처럼 해방 후 북한으로 가서 활동을 한 월북 작가들도 있다. 월북 예술가들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해방과 분단 그리고 전쟁을 겪은 세대다. 남과 북이 하나인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이념의 갈등에서 두 개의 조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가족과 영원히 이별해야 하는 불행을 감수해야 했다. 북한이 서울을 점령한 3개월 동안 이쾌대를 비롯한 서울에 사는 화가들은 스탈린과 김일성 초상화를 그리는 부역에 동원되었다. 그들의 부역은 자의적이지 않았지만 그들이 북으로 가게 되는 주된 이유가 되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35년이나 지나서 1988년에 월북 작가에 대한 해금조치가 이루어졌다. 북으로 간 이들의 예술 활동을 살펴보면 그들의 예술 활동 역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남북관계가 적대적으로 관계로 변하는 현실에서 이응노의 자화상은 분단이 가져온 비극과 고통을 우리에게 잘 전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