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독서마라톤일지

체스이야기·낯선 여인의 편지
책제목 : 체스이야기·낯선 여인의 편지
작성자 : 장*아
작성일 : 2016.11.15

무언가에 호린 듯 정신없이 소설을 읽어나갔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사라져 버리는 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바탕 꿈을 꾼 것처럼 빨려들었던 이야기들이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할 것 같아 잠시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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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호린 듯 정신없이 소설을 읽어나갔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사라져 버리는 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바탕 꿈을 꾼 것처럼 빨려들었던 이야기들이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할 것 같아 잠시 동안 천장을 보며 멍하니 그들을 생각했다. 체스에 빠진 사내와 한 남자를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불행한 여인의 이야기. 무언가 다른듯하면서도 닮은 그들의 이야기가 왜 이렇게 오래도록 잔상이 남는지 모르겠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가 만난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기억에 남는 사람이 많지 않다. 살다보니 잊은 것도 있겠지만 내 인생을 바꿀 만큼 강렬한 만남이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체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 간의 만남은 강렬하다. 주인공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배 안에서 만나게 되는 b박사는 체스가 주는 중독성과 강박관념에도 아랑곳하지 않을, 인생을 모두 걸어버릴 만큼 강렬한 만남이 있었다.

액자형식을 취하는 이 소설은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우연히 체스 게임을 하게 되었지만 자신을 도와주면서 만나게 된 b박사가 체스를 배우게 된 계기는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게슈타포에게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면서 인간의 생존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될 때쯤 손에 쥐게 된 체스 교본이 그를 살렸다. 그렇게 배운 체스이기에 거만한 체스 챔피언인 첸토비치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첸토비치를 보면서 자꾸 히틀러의 이미지가 겹쳐졌는데 체스는 결코 쉬운 게임이 아님을 온 몸으로 경험한 것 같았다.

두 번째 단편 <낯선 여인의 편지>는 지독하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한 남자를 오랫동안 사랑한 한 여인의 이야기다. 짝사랑과 스토커의 경계에 있어서 어느 쪽으로 비중을 더 두느냐에 따라 이 여인의 사랑이 완저닣 갈려버린다. 독자는 남자를 향한 그녀의 사랑이 진심임을 알게 되지만,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겨우 몇 번 스친 것으로 자신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은 무리였다. 혼자 키워온 사랑이기에 그 남자가 자신을 그저 스쳐지나가는 여자 중 한 사람으로 판단해도 어쩔 수 없었다.

목숨을 건 고백, 모든 걸 바친 체스 게임. 이렇게 무엇엔가 깊이 빠져버린 두 이야기를 만나고 보니 마치 꿈을 꾼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 이미 사라져 버린 이야기를 나만, 특별하게, 우연히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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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바이러스 (사계절 저학년문고63)
책제목 : 풍선 바이러스 (사계절 저학년문고63)
작성자 : 한*원
작성일 : 2016.11.13

이 책은 제목처럼 풍선 바이러스에 대한 책입니다. 왜냐하면 주인공도, 선생님도, 주인공의  친구들도 풍선 바이러스에 걸렸기 때문이지요. 풍선바이러스가 무엇이냐면요, 걸리면 몸이 붕 뜨는 거에요. 재밌겠지요? 하지만 오랫동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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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처럼 풍선 바이러스에 대한 책입니다. 왜냐하면 주인공도, 선생님도, 주인공의  친구들도 풍선 바이러스에 걸렸기 때문이지요. 풍선바이러스가 무엇이냐면요, 걸리면 몸이 붕 뜨는 거에요. 재밌겠지요? 하지만 오랫동안 앓으면 땅속으로 꺼지기도 하고 하늘에서 펑 터지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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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 엄마예요?
책제목 : 누가 우리 엄마예요?
작성자 : 한*원
작성일 : 2016.11.07

이책은 작은 병아리가 엄마를 찾으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줄무늬 고양이에게까지 자자기엄마라고 물어보는 책이에요. 그러다 보니 작은 애벌레와 민들레한테까지도 물어보게 되지요. 이책은 재밌기도 하지만 엉뚱하고 왠지모르게 기대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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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작은 병아리가 엄마를 찾으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줄무늬 고양이에게까지 자자기엄마라고 물어보는 책이에요. 그러다 보니 작은 애벌레와 민들레한테까지도 물어보게 되지요. 이책은 재밌기도 하지만 엉뚱하고 왠지모르게 기대되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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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의 인생론 : 성장을 위한 철학 에세이
책제목 : 열일곱 살의 인생론 : 성장을 위한 철학 에세이
작성자 : 김*영
작성일 : 2016.11.05

한창 생각이  크고 반항심이   싹트는  시기에  무슨 말을  해줘야하나?   그 시절엔 열등감은  가실 날이  없고. 경쟁은 늘  버거웠고. 닥쳐올   미래는  주눅들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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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생각이  크고 반항심이   싹트는  시기에  무슨 말을  해줘야하나?   그 시절엔 열등감은  가실 날이  없고. 경쟁은 늘  버거웠고. 닥쳐올   미래는  주눅들게 하고.  크고  작은  여러 갈등들.   신경은  늘 곤두섰고   세상은  짜증으로  가득했다.       열일곱  살에  닥쳤던  문제들을  이겨낸적이   없었다.   고민을  함께 나늘   누군가를  바랬지만.  주변에는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생 단계마다  넘어야  하는  성장  과업들이  있다.   가족. 우정. 미래. 사랑.  죽음  등.  청소년들이  힘들어  하는 문제들.  옛날  철학에게   해답을  찾아보려는  청소년은  대책없이   질풍노도의   시기에   휩쓸리지  않읕  것이다,   열 다섯가지  철학  물음이  다시  자신의  십대를  돌아보고   청소년들의  영혼을  크고  단단하게   만들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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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사냥꾼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
책제목 : 외계인 사냥꾼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
작성자 : 김*준
작성일 : 2016.10.16

외계인은 우주에만 있다.(정확한건 나도 잘 모르겠다.) 외계인은 어떻게 생겼을까? 내가 생각한 외계인은 눈 3개, 입 2개, 코 1개, 팔 4개, 다리 8개가 있을거 같다. 나도 외계인을 만나면 상상대화로 이야기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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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은 우주에만 있다.(정확한건 나도 잘 모르겠다.) 외계인은 어떻게 생겼을까? 내가 생각한 외계인은 눈 3개, 입 2개, 코 1개, 팔 4개, 다리 8개가 있을거 같다. 나도 외계인을 만나면 상상대화로 이야기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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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과의 전쟁 (VALKA S MLOKY,1936)
책제목 : 도롱뇽과의 전쟁 (VALKA S MLOKY,1936)
작성자 : 장*아
작성일 : 2016.11.14

독특한 소설이다. 신선한 내용과 구성은 지루하지 않아서 꽤 두툼함에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차치하더라도 이런 구성으로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는 저자가 경이롭기까지 하다. 1936년의 세계정세를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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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소설이다. 신선한 내용과 구성은 지루하지 않아서 꽤 두툼함에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차치하더라도 이런 구성으로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는 저자가 경이롭기까지 하다. 1936년의 세계정세를 반영하면서도 풍자적으로, 그러나 재미있게, 심각하면서도 어둡고 두렵지 않게 써냈따는 사실이 굉장하다. 이 소설의 주축에 있는 도롱뇽이라는 생물이 인간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처음에는 미천하고 거부감 있는 존재였다. 하지만 점차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바다 속에서의 활약이 돋보이자 기하급수적으로 숫자가 늘어난다. 그리고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예견되어 있으면서도 우습기까지 하다. 인간이란 존재가 지배와 권력과 물질에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연히 발견된 도롱뇽이 혐오대상에서 인간에 의해 지능을 갖게 되고, 깊은 바다 속의 유용한 생물들을 구해다주는 것은 물론 훌륭한 대체인력으로, 심지어 각 나라의 해저와 해양 경계선까지 지켜주자 도롱뇽은 인간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러다 지능이 높고 권력을 가진 도롱뇽들은 인간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들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인간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육지까지 점령해가는 모습은 소름이 돋으면서도 인간이 자처한 몰락의 수순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일이 우연히 도롱뇽을 발견한 한 인간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인간에 의해 인간이 몰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보여준 터라(어쩌면 당시에 히틀러가 독일에서 통치력을 활장하고 일본의 전쟁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이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도롱뇽의 역할은 다른 것으로 언제든 대체될 수 있을 것 같아 두려움이 일었다.

우스웠던 건, 인간에 의해 도롱뇽들이 지능을 갖게 되면서 점점 인간화 되어 가는 모습이었다.오로지 인간이 시키는 일들만 하던 그들이 개체수가 많아지고 어느 정도의 위치를 갖게 되지 파업도 하고, 욕조안에서일지언정 중요한 회의에도 참가한다 점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인데 이 모든 걸 자초한 것은 인간이다. 그런 도롱뇽들을 발견한 이상 인간의 욕망으로 그들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었을 걸나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멈추지 못하고 이용할 수 있는 대로 이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도롱뇽들을 왜 도롱뇽으로만 봐지지 않는 걸까?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기에 독특하고 재밌다고 연발하면서도 씁쓸해 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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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 The origin of species : 정유정 장편소설
책제목 : 종의 기원 = The origin of species : 정유정 장편소설
작성자 : 김*주
작성일 : 2016.10.17

이책은 단숨에 읽었다. 한번 읽기시작하면 책을 손에서 놓을수 없을만큼 작가의 필력은 대단했다. 주인공에 대한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였다.

이책을 새벽 3시쯤 다 읽고나서 피곤한 몸을 침대에 뉘었을때는, 금방이라도  골아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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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단숨에 읽었다. 한번 읽기시작하면 책을 손에서 놓을수 없을만큼 작가의 필력은 대단했다. 주인공에 대한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였다.

이책을 새벽 3시쯤 다 읽고나서 피곤한 몸을 침대에 뉘었을때는, 금방이라도  골아떨어질줄알았다. 몇일동안 5시간 이내로 잤던 탓에 피로도 많이 쌓였었고. 그런데 이상하게 심장이 쿵쿵거리고 머리는 묵직한데 도통 잠이 쉽사리 들지않았다. 그리고 악몽 비슷한걸 꿨다. 무엇이 이렇게 나를 두렵고 공포스럽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책의 영향이라는것만은 확실하다.

유진이라는 아이. 처음에는 간질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세상을 어떤시각으로 바라보나, 라는 관점으로  읽어내려갔다. 그런데 그 아이는 사실 사이코패쓰 그것도 상위1프로 프레데터라는 포식자였던것. 반전이고 소름이였다. 형을 주먹으로 치고 발로차서 절벽밑으로 떨어뜨려 죽였음에도 그것에대해 전혀 다른 기억을 안고 있는 그는 정말 악인이였다.  잠시잠깐이라도 난 그의 기억이 맞고 엄마의 기억이 틀렸다 생각했는데 역시 사이코패쓰의 전형적인 성향이였던것이다. 죄책감과 죄의식없이 이익과 손실만 따지고 자기상황에 맞게 또다른 그림을 그려 자기 기억을 매꾸는거다. 나는 형에게 손도안댔는데 형이 잡고있던 종의 줄이 끊어져 떨어진것뿐이라고. 싸이코패쓰는 어떠한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지는게 아닌  그렇게 처음부터 태어나지는것이라 생각됐다. 뇌의 어떤부분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않아 우리와 전혀 다른종인것처럼.  그런데 이작가는 이렇게말한다. 사람은 태어날때 선과 악을 모두가지고 있고 살아남기위해 우리의 조상이 그랬듯 살인은 진화적성공, 즉 경쟁자를 죽이고 살아남기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였다고. 그렇다면  악은 우리 유전자에 내재되어있는 어두운 본성인 셈이되는거다. 그래서 악인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나를 포함한 누구나가 될수있다는 말. 그것의 차이는 이 음침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지 아닌지일 뿐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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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아의 고백 (La Confession d'un enfant du siecle : Alfred de Musset)
책제목 : 세기아의 고백 (La Confession d'un enfant du siecle : Alfred de Musset)
작성자 : 장*아
작성일 : 2016.11.11

저자는 이 소설을 쓰겠다고 선언하고 꽤 오랫 시간에 걸쳐 완성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데 일주일 정도 걸렸음에도 단 며칠 만에 쓴 소실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연애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내면에 들끓는 당연하지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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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소설을 쓰겠다고 선언하고 꽤 오랫 시간에 걸쳐 완성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데 일주일 정도 걸렸음에도 단 며칠 만에 쓴 소실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연애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내면에 들끓는 당연하지만 이상한(?) 감정들을 상세하게 기록한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도 설명할 순 없지만 사랑하는 과정에서도 상대에 대한 사랑의 감정, 질투, 순간적인 욕망, 함께 그려보는 미래 등등 쉽게 설명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연애든 짝사랑이든 누군가를 마음속에 품게 되면 나타나는 감정들이 폭풍에 휩쓸리듯 이 소설을 쓸고 간 기분이었다.

1833년 저자는 조르주 상드와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의 사랑은 실제로 당시의 프랑스 문단을 떠들썩하게 했었고 시간이 흐른 뒤 이 소설을 쓴 만큼 당시의 사랑을 기억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를 따지기 전에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나'이자 저자인 뮈세와 조르주 상드의 사랑은 그아먈로 열병처럼, 순식간에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둘은 운명처럼 빠져들었고 연인일 때 느낄 수 있는 영혼의 통함이 당연히 내재한 듯했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알 수 없는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는데, 처음 느꼈던 운명적인 사랑 뒤에 감추어진 서로의 성정과 생각들이 조금씩 어긋나고 있었다. 사랑하지만 이 사랑이 오래갈 수 없음을, 곁에 묶어두기엔 서로가 너무 자유분방하다는 것을 알고 비극적인 결말을 예상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어긋나는 과정은 좀 실망스러웠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뒤로 하고 국외로 떠난 여행에서 둘은 병을 앓고 상드는 자신을 간호했던 의사와 연인이 된다. 그렇게 순식간에 사랑이 옮겨가는 것도 대단한데 오래가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뮈세와 다시 연인이 되지만 한 번 깨진 접시를 붙여놓는다고 해서 완벽한 접시가 되지 못하듯이 그들의 사랑 역시 불안했다. 헤어졌다 그리워서 다시 만났더니 왜 헤어졌는지 이유가 명확해지는 것처럼, 그들 역시 더 이상 서로가 함께 할 수 없음을 처절하게 깨달은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속의 욕망, 미련, 사랑이라 부르기도 뭣한 애증 때문에 완벽하게 헤어질 수 없는 그들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누군가가 결단하지 않으면, 독한 마음을 품지 않으면 헤어진 것만도 못한 관계가 지속될 걸 알기에 뮈세가 모든 걸 정리하고 떠나면서 그들의 사랑도 끝이 난다.

이런 열병 같은 사랑을 목도하면서 뮈세와 상드의 사랑을 뭐라 판단할 수 없었다. 정말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사람 마음이며 좋아하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기에 말릴 수도 , 그렇다고 당신들이 경솔했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사랑이라는 이름과 함께 따라붙는 온갖 감정들이 씁쓸했을 뿐, 연애하면서 겪은 모든 감정이 나를 휩쓸고 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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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왈도 에머슨
책제목 : 랄프 왈도 에머슨
작성자 : 장*아
작성일 : 2016.10.14

에머슨이란 시인을 어디서 알게 됐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읽던 책에서 언급되었을 것이고,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하다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을 거이다. 어떤 책에서 언급되었는지 기억은 못하지만 많이 들어봐서 궁금했던 시인의 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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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머슨이란 시인을 어디서 알게 됐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읽던 책에서 언급되었을 것이고,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하다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을 거이다. 어떤 책에서 언급되었는지 기억은 못하지만 많이 들어봐서 궁금했던 시인의 시를 읽는다는 설렘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설렘도 잠시 원문과 함께 실린 시의 해석을 보면서도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 시가 한없이 낯설어 책을 덮어 버렸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꺼냈을 때도 서걱거리는 느낌을 그대로였다.

우리 언어로 된 시도 어려운데 하물며 번역된 시를 읽는다는 건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궁금한 시인이 많음에도 내 책장에는 국외 시인의 시집은 드물다. 그렇다고 원문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 열심히 번역한 사람들의 흔적을 쫓아가자 싶다가도 맥락이 끊기는 느낌을 받을 때면 어려움 앞에 굴복하고 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시집을 끝까지 읽었던 이유는 시인이 묘사한 풍경을 희미하게나마 그려나갈 수 있어서가 아니었나 싶다. 19세기에 활동했던 시인의 교훈적인 시들이 낯섦을 줄 때도 많았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낸 그가 남긴 시들이 애절하게 다가올 때도 있었다. 목사직을 사임할 만큼 사랑했던 아내의 죽음으로 상실이 컸고, 유럽 여행으로 시인으로 거듭나기도 하지만 노년에 찾아 온 건강상의 불행은 그를 더 애잔하게 만들었다.

나의 정원에서 세 길이 만나는/ 지점은 세 배로 행복한 곳./은자-지빠귀가 거기 와서 집 짓고,/ 집배원-비둘기들이 둥지를 튼다. <월든> 중

시 제목이 익숙하다 싶었는데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그 월든 호수가 맞았다. 소로가 월든을 쓰면서 오두막을 짓고 살았던 곳이 에머슨의 사유지였다고 하니 뭔가 연결된 기분이었다. 이름만 익숙한 시인의 시가 낯설고 피부에 와 닿지 않다가, 소로와 월든 호수로 이어진 연결고리가 뭔지 모를 안도감을 주었다. 소로도, 월든 호수도, 에머슨도 시대와 공간이 주는 이질감 속에 존재할 지 모르지만 글을 통해 공통의 시간을 갖게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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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책제목 : 숨결이 바람 될 때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작성자 : 장*아
작성일 : 2016.11.10

내게 삶의 시간이 얼마 허락되지 않다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이 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도 눈물을 훔쳐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내게 닥친다면 도대체 나는 어떡해야 할까? 내 아이들을 안을 수 없고 커 가는 것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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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삶의 시간이 얼마 허락되지 않다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이 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도 눈물을 훔쳐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내게 닥친다면 도대체 나는 어떡해야 할까? 내 아이들을 안을 수 없고 커 가는 것을 볼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데 저자는 슬프고 절망스럽지만 담담하게 현실을 자각하고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려야 하고, 왜 죽을 수밖에 없는지 절망적인 받아들임이 아니다. 의사가 아닌 환자의 상황에 놓였음에도, 곧 다가올 죽음을 통해 신경외과 의사로서의 자기반성을 물론 언젠가 모두가 맞이하게 될 죽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막연한 두려움까지 덜어 내주고자 했다. 레지던트 마치기 직전이었고, 수많은 곳에서 보내오는 러브콜, 곧 태어날 아이가 있는 미래가 촉망되는 실력 있는 신경외과 의사인 그가 말이다.

이 길은, (중략) 고통받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육체의 쇠락과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계속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 (64쪽)

출세와 돈, 권위가 아닌 이런 이유로 영문학도에서 의사의 길로 전향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실력까지 겸비한 이런 의사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너무 아까운 사람을 잃었다는 안타까움보다,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까지 제쳐두고, 이런 고민들이 내면에 쌓여 의사로서 환자에게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더 컸다.

자신에게 1년이 남아 있다면 글을 쓸 것이고, 10년이 남아있다면 병원으로 돌아가 환자를 치료하겠다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그는 어떤 시간도 확신할 수 없었지만 투병 중에도 불가능 할 것 같았던 신경외과 레지던트 과정을 끝까지 마무리했고 이 글까지 썼다. 도저히 죽음을 앞둔 사람의 글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오히려 죽음이 앞에 있었기에 더 초연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처연하고, 담담하고, 문학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순수하게 문학을 좋아하고 문학이 주는 의미를 나름대로 명확하게 갖고 있는 그가 의사로서 바라 본 삶과 죽음은 또렷했다. 먼저 죽음을 맞이하는 입장에서 사람들이 죽음을 이해하고 언젠가 다가 올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의 글을 허투로 읽을 수 없었다.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그의 글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도 몇 번이나 멈춰서 같은 문장을 곱씹었다. 그가 삶에서, 문학에서, 병원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죽음 앞에서 깨달은 의미들은 죽음을 무작정  두려워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죽음이 결코 두려운 것만은 아니라는것을, '그저 우리가 걸어가는이 길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고 싶을 뿐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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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3, 완결 편
책제목 : 설득의 심리학. 3, 완결 편
작성자 : 김*주
작성일 : 2016.10.14

사실  이 책은 두번의 걸쳐서 빌려읽었다. 독서토론 책으로 선정되어서 읽다가 그모임에 참석하지 않기로 맘먹고 중간에 덮었다. 그리곤 모임 하루전 참석을 해야한다는 모임장의 설득에 넘어가 허겁지겁 나머지부분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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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두번의 걸쳐서 빌려읽었다. 독서토론 책으로 선정되어서 읽다가 그모임에 참석하지 않기로 맘먹고 중간에 덮었다. 그리곤 모임 하루전 참석을 해야한다는 모임장의 설득에 넘어가 허겁지겁 나머지부분을 읽었다.

  이 책은  내가 중간에 책을 한번 내려놓았을만큼 나에겐 흥미롭지 못했다. 말그대로 비즈니스를 위한 설득이 즐비하게 50여개의 챕터로 나눠져있는데 그것도 그것이거니와 그이야기가 또그이야기같은  느낌들로 가득했다. 구지 시간들여 에너지들여 이렇게 낱개낱개 쪼개어 놀 필요가 있나싶었다. 모르겠다 이책이 시리즈인데 내가 달랑 마지막권만 읽어서 이런느낌일수도. 이론 보다는 실전의 예가 무지 많았고 그건 비즈니스와 관계된것들이였다.

그럼에도 이책에서 내가 좋았던부분은  '스몰빅'  이라는 신선한 단어다. 작은 변화로 큰차이를 만들수있다는 이론인데.  이 책을 읽는 나같은 독자는 의문을 가질것이다. 정말로 사소한 문장하나로  자원을 아낄수있고 이름하나로 예약불이행을 줄일수있나?그런데 이책의 장점은 심리학책임에도 과학적인 연구결과와 실험들이 매 주장마다 논리적으로 따라붙어있다. 그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정말 스몰빅!  단어하나 문구하나, 또는  이름하나를 넣는 등의 최소한의 노력으로 큰 차이가 생길수있음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부분의 설득의심리학이라는 제목과 굉장히 어울리도록 독자를 설득시키는데 효과가 있는듯하다. 이책의 핵심은 맥락이다.  전달하는 내용이 아닌 전달하는 그 상황에대한 맥락의 변화를 주므로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게한다는것이다.  많은걸 얻진못했지만 한가지는 뚜렷하게 얻은 느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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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책제목 : 롤리타
작성자 : 장*아
작성일 : 2016.10.20

그 유명한 소설의 첫 문장은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라고 시작된다. 하지만 '그러나 내 품에 안길 때는 언제나 롤리타였다.'라는 문장 앞에서 슬슬 시작되는구나 라며 마음을 다잡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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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소설의 첫 문장은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라고 시작된다. 하지만 '그러나 내 품에 안길 때는 언제나 롤리타였다.'라는 문장 앞에서 슬슬 시작되는구나 라며 마음을 다잡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서문에서도 '이 책이 진지한 독자들에게 안겨줄 윤리적 충격'이라는 구절 때문에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온전히 만난 뒤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리고 싶다는 충동이 서로 부딪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옥에 갇힌 채 이 회고록을 쓴 험버트는 13살 여름에 만났던 애너벨과 서투른 욕망을 나눴던 이야기를 하며 '마법 때문이든 운명 때문이든간에 롤리타는 애너벨에서 비롯되었다고 나는 믿는다.'고 결론지을 때는 정말 그의 인생이 금가기 시작한 것이 그때부터였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마주한 것 같았다. '내가 마침내 애너벨의 마법에서 풀려난 것은 그렇게 24년이 흐른 후 그녀가 또다른 소녀로 내게 나타나면서였다.'고 결부시키고 있으니 이 남자의 이야기가 정상적인 이야기가 아님을 인지해야 했다.

김영하 작가의 <읽다>가 아니었다면, 이 소설을 읽을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역시나 만만치 않은 소설이었고 초반부터 무너져 내렸다. 어느 정도 각오하고 읽었음에도 험버트의 내면에 드러난, 스스로 '님펫'이라 칭하고 어린 여자 애들에게 더욱 욕망을 느끼고 그런 소녀를 알아보는 그의 시선이 싫었다. 롤리타를 한눈에 님펫으로 알아보고 전혀 그 집에 하숙할 이유가 없음에도 눌러앉은 그를,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상상하는 것조차 싫었다.

롤리타를 향한 욕망을 드러내는 험버트는 인간 이하였지만 아름다운 말로 롤리타를 찬양하고 가끔 진심을 진지하게 드러낼 때면 도대체 당신이란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 제대로 보여 달라고 외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소설을 덮고 나서 실망스런 마음이 가득했다. 롤리타에 대한 험버트의 사랑을 기대했지만 나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아름다운 문장도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문학적인 느낌 보다 광기 어린 섬뜩함이 더 짙어 소설의 숨은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당장의 내 느낌은 이러해서 어쩔 수 없었다.

옮긴이의 말처럼 '나보코프가 독자들의 불쾌감을 두려워하는 작가였다면 이런 소설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험버트를 빌려 저자 자신을 녹여낸 소설이라는 말을 그제야 조금 이해할 것 같았다. 이 이야기를 읽을, 알지도 못하는 타인을 신경 쓰기보다는 죽기 전에 자신이 사랑했던 롤리타의 모모든 것을 생생히 그려내는 게 목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하지만 결국은 그 욕망에 대한 대가가 이것이라고 말이다. 죽기 직전에 감옥에서 쓴 롤리타에대한 모든,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그렇게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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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탐미기
책제목 : 나비탐미기
작성자 : 장*아
작성일 : 2016.10.17

길을 걷다 화분 위를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나비를 봤다. 평소라면 별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나쳤을 텐데 이 책을 읽은 뒤라 자세히 쳐다보게 되었고 이름이 뭔지 궁금했다. 나비라면 겨우 배추흰나비, 호랑나비 정도만 알고 있었고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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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화분 위를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나비를 봤다. 평소라면 별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나쳤을 텐데 이 책을 읽은 뒤라 자세히 쳐다보게 되었고 이름이 뭔지 궁금했다. 나비라면 겨우 배추흰나비, 호랑나비 정도만 알고 있었고 어렸을 때 호기심에 나비 날개를 잡았다가 손에 묻었던 안 좋은 기억이 있어 나비를 그렇게 반기지 않는다. 나방인지 나비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손에 비벼지던 그 기억은 여전히 몸을 부르르 떨게 만든다. 더불어 나비를 해쳤다는 죄책감이 더해져 나비에 관한 기억은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렇게 기억을 쥐어짜다 보니 한 가지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초등학생(난 국민학교 세대지만)때 학교와 집이 멀었지만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 시골길을 늘 걸어 다녔다. 그러다 늘 같은 물가에서만 보였던 코발트블루 같기도 하고 프러시안 블루 같기도 한 나비가 떠올랐다. 그 당시 나에겐 잠자리채도 사치라서 오로지 믿을 건 손밖에 없었는데 절대 잡을 수 없었던 나비라 만인의 나비처럼 느껴졌다.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고 그 장소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나비.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억이었는데 저자의 글을 통해서 더듬다보니 그런 기억도 저장되어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이 책을 뭐라고 해야 할까? 저자는 대학의 부교수이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등 다양한 분야에 몸담고 있지만 그런 저자가 쓴 나비에 관한 글을 분류하기가 애매했다. 나비에 관히 완전히 전문가답다고 할 수 없었지만 나비와 자연과 한데 묶어 바라보는 시선은 굉장히 날카로웠다. 추천사를 통해 겨우 이런 글을 '생태 문학'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저자는 '문학에서 출발했으면 글쓰기라는 길을 걷다가 대자연으로 난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 후 한 번도 그 창 앞을 떠난 적이 없'는 작가라는 사실도 말이다. 그래서인지 단순히 나비의 종을 구별하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비를 보기 위해 기꺼이 먼 거리를 여행하고 기다리고 환희에 찬 만남을 이야기하는 데서 전문가, 아마추어를 나눌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나비를 사랑하고 자연 속에서 나비를 보는 것을 즐기며 희귀한 나비를 직접 보고 기록하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 나비가 좋아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 눈과 손과 머릿속에 새겨 넣는데 사진과 비교해보면 꽤나 사실적이다. 이 나비를 그리기 위해 얼마나 자세히 쳐다보았을까 생각하면 그가 얼마나 나비를 사랑하는지 알게 된다.

나비와 대만의 역사가 얽혀 들어가면서드러난 저자의 생각을 읽다 보면 단순히 나비에 관한 책만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렇게 다양하고 특이한 나비가 있다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진지하게 삶에 대해, 이 세계에 대해 성찰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태문학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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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책제목 :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작성자 : 장*아
작성일 : 2016.10.16

이 소설의 줄거리와 표지를 보면 누구라도 과연 네 명의 소녀를 사라지게 만든 범인이 누구인지 찾기 위해 잔뜩 긴장한 채로 읽을 수밖에 없다.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반 백수 삼수생이란 이유만으로 할머니 곁에 잠시 버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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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줄거리와 표지를 보면 누구라도 과연 네 명의 소녀를 사라지게 만든 범인이 누구인지 찾기 위해 잔뜩 긴장한 채로 읽을 수밖에 없다.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반 백수 삼수생이란 이유만으로 할머니 곁에 잠시 버려진(?) 무순의 보물지도 때문에 오래전에 잊힌 그 사건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6살 때 할머니 집에서 잠시 머물면서 그린 그림을 해독조차 못하고 있는데 할머니가 위치를 알려주는 바람에 보물 상자를 찾게 된다. 거기에는 보잘것없는 물건들이 들어있었지만 그 상자를 함께 묻었을법한 동네 언니가 사라졌단 사실을 알게 된다. 무순은 기억조차 나지 않았던, 각기 다른 연령의 네 명의 여자 아이들이 사라진 사건. 여전히 미제로 남아있는 그 사건의 진실을 무순과 툭하면 등짝을 후려치고 욕을 해대는 할머니 홍간난 여사, 보물 상자를 캐다 만나게 된 꽃돌이가 사건의 진실로 다가가고 있었다.

저자는 초반에 독자를 그렇게 홀려놓고 무순과 홍간난 여사의 충돌(?)을 너무 재미있게 보여주었다. 할머니의 찰진 입담이며 무순의 언어유희에 빠져서 네명의 소녀가 사가진 사건의 진실을 마주할 각오를 하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무순과 할머니, 혹은 무순과 꽃돌이를 보고 있으면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무순이 바라본 시골은 적나라했고, 시골에서 자란 나는 격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 모든 홀림 뒤에 마주한 진실이 조금이라도 덜 끔찍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있다.

할머니에 의해 무순과 독자들에게 사건 당일과 그 후의 이야기가 전해졌지만 무겁지는 않았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을 갖고 있는 사건이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무순과 할머니, 꽃돌이의 만남은 무겁기보다 발랄할 때가 더 많았다. 과연 이 세 사람이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까 싶다가도 엉뚱한 촉이 발동해 저돌적으로 밀고 나가는 할머니와 발품을 팔아 정보를 캐오는 무순과 똧돌이의 조합은 의외로 신선했다. 그들에 의해 하나씩 밝혀진 진실은 거대한 음모가 아닌 우연히 일어난 네 개의 사건이라는 게 밝혀졌지만 끔찍하고 씁쓸한 건 사실이었다. 또한 거기에 각기 다른 삶의 고단함과 비밀, 그 뒤에 감추어진 이기심이 팽배했다는 사실도 말이다.

뒤표지의 문구처럼 현실은 차가웠다. 모든 진실이 드러난 건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한바탕 폭발하고 난 뒤의 고요한 마을처럼, 책을 읽으면서도 가졌던 여러 감정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뒷맛이 씁쓸해서 안타까움에 실컷 웃었던 일들도 기억이 희미해질 정도다. 하지만 감추었던 비밀이 알려지는 것. 봉인된 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지만 힘들더라도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는 데 생각이 모아졌다. 한 사람의 잘못된 행동과 우연이 만들어 낸 비극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망가뜨렸는지를 낱낱이 본 셈이라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어지는 삶의 방향에 순간 두려움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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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킵 (SKIP)
책제목 : 스킵 (SKIP)
작성자 : 장*아
작성일 : 2016.10.15

17살의 내가 잠깐 잠이 들었는데 깨어 보니 기혼에도 40대며 딸이 하나 있고 고등학교 교사라고 한다면 과연 나는 기분이 어떨까? 놀람도 잠시, 훌쩍 지나와 버린 그 시간들을 억울해 하며 눈물바람일 게 뻔했다. '~하지 않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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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의 내가 잠깐 잠이 들었는데 깨어 보니 기혼에도 40대며 딸이 하나 있고 고등학교 교사라고 한다면 과연 나는 기분이 어떨까? 놀람도 잠시, 훌쩍 지나와 버린 그 시간들을 억울해 하며 눈물바람일 게 뻔했다. '~하지 않았더라면'이 전매특허인 나에게 후회와 그에 따른 온갖 상상이 현실을 부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마리코는 나와 확연히 달랐다. 1965년에 17살이었다 갑자기 42살이 되어버렸고 공교롭게도 자신의 딸도 17살의 여고생이었다. 그런데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이들의 담임을 맡았고 국어 수업을 해야하는 개학을 앞둔 상황이었다. 학교 다닐 때 아무리 공부를 잘했다고 하지만 수십 년간 다져온 국어 실력을 뛰어넘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당연하게도 마리코가 학교에 사직서를 내고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방법이 있을까?) 노력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약한 나는 그럴 생각이었으니 소설 속의 마리코도 당연히 그런 선택을 할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마리코는 '사쿠라기 마리코라는 모습을 한 제가 그 선생님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마음뿐인 제가 되어버린다면, 인간으로선 잠든 상태나 다름없는 것 같(184쪽)'다며 현실의 마리코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한순간에 낯선 타인이 되어버린 남편과 조금은 어색하지만 점점 친구 같아지는 딸의 도움을 받아 수업 준비를 하고 학교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해 이리저리 바삐 움직인다. 들키지 않고 잘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많았지만 마리코는 내면이 강하고 단단했다. 이런저런 과정이 있었지만 17살에서 42살로 변해버린 자신을 받아들이고 부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42살의 마리코의 모습에 충실하면 17살의 마리코에게도 당당해지리라 믿었다.

이 소설을 읽는 초반에는 과연 마리코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서 빨리 끝을 보려 했다. 하지만 500쪽이 넘는 소설의 끝을 빨리 마주하는 일은 더뎠다. 아마도 나는 42살의 마리코는 인정하지 않은 채 17살의 마리코에게도 돌아가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마리코가 현실을 직시하고 그 삶을 이어나가려고 할 때 지루함을 느끼고 약간의 짜증까지 보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책은 결과보다 과정을 보여주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과정을 느긋하게 들여다보니 결말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마음을 갖게 한 가장 큰 요소는 세밀하게 묘사된 학교 생활이었다.

완전히 잊고 있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즐겁게 놀았던 기억들을 말이다. 별 거 아닌 일에도 깔깔대고 같은 반이라는 끈끈함에 휩싸였던 기억들, 괜히 누군가가 좋아지던 마음들이 소설로 인해 되살아났다.

마리코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마리코가 짠하면서도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그런 마리코를 보면서 미래에 불안해하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는 내가 너무 부끄럽단 생각이 든다. 내 존재가 흔들리는 기분도 들지만 나 자신을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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